2014년 11월 4일 화요일

우유 값 20% 할인이 찜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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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우유 소매가(1ℓ 기준)가 평균 22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그런데 요즘 마트에서 우유는 평균 2000원 정도에 팔린다. 무려 20%나 할인된 것이다.

싸게 팔리니 당장은 소비자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길게 보면 젖소 농가와 우유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결국 악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유업체들이 대폭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우유 수급에 적잖은 불균형이 생겼기 때문이다.

4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젖소가 생산하는 원유 공급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5.6%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유제품 소비량은 2.8% 감소했다. 공급이 훨씬 많다 보니 우유가 남아도는 것이다. 남은 우유는 유통기간이 짧은 데다 보관이 어려우므로 분말 형태의 탈지분유로 만들어 보관한다.

올해 7월 분유 재고량은 1만4896t으로 작년보다 97.7%나 늘었다. 8월 재고량은 1만4867t으로 전년비 104.4% 급증했다.

원유 공급량이 늘어난 것은 2012년 10월 축산농가에서 받는 원유 가격이 10% 인상되면서 젖소 사육 마릿수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추운 겨울엔 젖소가 원유를 많이 못 내지만 작년 겨울은 비교적 따뜻해 예년보다 원유 생산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게다가 소 사료 가격마저 안정돼 농가가 부담 없이 소를 키우고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농가가 생산한 원유는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우유 제조업체에 공급된다.

문제는 늘어난 원유량과 달리 우유 소비는 줄어든다는 데 있다. 보통 2~12세 어린이가 우유 소비의 60%를 차지하는데 이 연령대 인구수가 해마다 2~3%씩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내수가 위축되고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우유가 완전식품이냐’에 대한 논란까지 제기돼 우유 소비가 크게 줄었다.

이쯤 되면 우유업체들이 원유 구입량을 줄여 우유를 조금 생산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농가 보호’란 명분이 시장 논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예컨대 한 우유업체가 최근 원유 구입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농가 조합이 이 회사 본사 앞에서 단체시위를 벌이겠다고 맞섰다. 하는 수 없이 이 우유업체는 원유 구입량을 줄이지 못했다.

규모가 큰 일부 우유업체는 1개월에 10억원 안팎의 적자가 쌓이는 중이다. 지방의 중소 우유업체는 이미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가격을 올릴 경우 결국엔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인상으로 우유가 계속 안 팔리면 농가도 타격을 받는 만큼 탄력적인 수급 구조 등 합리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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