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8일 금요일

프로바이오틱스 먹고 패혈증? 50대女, 20일만에 사망

-50대 주부, 프로바이오틱스 함유 제품 섭취 후 '패혈증' 사망
-업체, 수포·통증 부작용에도 "명현반응, 호전반응일 뿐"
-식약처, 패혈증·장염 등 부작용 경고…"섭취시 주의해야"
-9년간 접수된 프로바이오틱스 이상사례, 652건
-경각심 없는 채 약사들조차 "부작용 없어, 먹을수록 좋아"
-적정량 복용 괜찮지만 과하면 부작용 주의해야

■ 생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 98.1)
■ SNS 참여 : 페이스북[www.facebook.com/981news]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이죠. 훅!뉴스 시간. 오늘 훅뉴스, 무슨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 김정훈> 얼마 전 한 주부가 숨진 사건을 저희 취재진이 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니, 청취자 여러분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이 사건의 이면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숨진 주부의 남편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숨진 50대 주부의 남편]
자꾸 몸이 차가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119에 전화를 했어요. 병원에 갔죠. '아니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냐. 저대로 왜 집에 놔뒀냐'고. 지금은 늦었다. 저는 집사람이 죽었다고 생각이 안 들어요. 좋아진다고 해서 먹은 게 오히려 이렇게 됐으니까.

◇ 김현정> 유족을 직접 만나고 오신 거네요? 무얼 먹고 부인이 숨졌다는 건데. 그것도, 몸이 좋아진다는 무슨 약을 먹고 사고가 난 겁니까?

◆ 김정훈> 충남 서천에 사는 50대 주부 정모씨가 숨진 건 한달 전인 지난달 10일입니다. 평소 사회생활도 활발하던 이 주부에게 건강 이상이 온 건 숨지기 20일 전쯤이었습니다. 

◇ 김현정> 3월 말쯤?

◆ 김정훈> 네. 그때 핵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섞은 분말 제품을 소개받아 먹기 시작했는데 열흘쯤 지나 설사와 수포 증상이 나타나더니 결국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겁니다.

◇ 김현정> 핵산하고 프로바이오틱스요?

◆ 김정훈> 핵산은 노화를 늦추는 데,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인기가 높죠.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는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 결과, 홍삼에 이어 가장 많은 소비자가 선택한 건강기능식품에 오르기도 했고요.

◇ 김현정> 그런데 그런 제품을 먹고 나서 사람이 죽어요?

◆ 김정훈> 그런 주장이 있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오늘 훅뉴스 시간에 짚어보려 합니다. 그럼 이어서, 그 20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피해자 정씨 남편의 말로 다시 들어보실까요?

[녹취: 숨진 50대 주부의 남편]
"수포가 생겼어요. 물집이 이만큼 생겼는데. OOOO이라는 걸 다시 또 주더라고요. 그랬더니 이따가 수포가 커지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그러고요. 대변하고 소변으로 독소가 빠지는데 그걸로 안 빠지는 독소가 물집으로 빠진대요. 그걸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통증이 있을 때마다 더 먹게 되면통증이 가시니까 많이 먹어라..."

◇ 김현정> 문제의 제품을 먹고 수포가 생기더라? 물집이 생기더라?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사망 전 정모(56)씨의 종아리 부분 사진을 남편이 들어보이고 있다.

◆ 김정훈> 사망 전 피해자 몸에 난 수포가 어떤 상태였는지, 사진을 갖고 왔는데 한번 보실까요?

◇ 김현정> 여기 사진이 있는데, 이게 종아리 부분인가요? 퉁퉁 붓고 검게 변했는데, 살갗은 다 터진 상태. 이 사진들은 홈페이지와 인터넷 노컷뉴스에도 올려놓기로 하죠. 

◆ 김정훈> 그런데도 그 제품 판매업자들은, 2g들이 낱개 제품을 하루 10포 이상이라도 더 먹으라 했다는 겁니다. 명현반응이라면서요.

◇ 김현정> 명현반응이라는 건, 몸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그 현상을 말하는 거죠?

◆ 김정훈> 사실 현대 의학에서는 대체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약물의 부작용일 뿐이라고 말을 하죠. 그런데도 업체는 ‘명현반응이다, 호전현상이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토나 설사, 몸이 붓는 증상을 모두 명현반응이라고 언급하며 "치료법이 잘 듣고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합니다. 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실까요?
문제가 된 제품 개발·판매업체 홈페이지에 나온 '호전반응(명현현상)' 설명


[녹취: OOOO 제품 개발·판매업체 관계자] 
"명현현상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가요? 그렇게 약을 먹으면?"
"모든 분들도, 건강하신 분들도 나타나고 하니까. 그런 경우는 많고. 언제나 드실 때는 그런 말씀을 다 해드리죠."
"그분들은 명현현상이라고만 볼 수 있느냐 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이 부검을 했다고 하니까,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는 거니까. 그게 나왔을 때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이 분이 어디가 아파서 누워계시던 환자가 아니었던 거죠?

◆ 김정훈> 저희가 알아보니, 숨진 주부는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그 정도의 질환이 있던, 하지만 사회생활도 활발했던 일반적인 주부였습니다. 

◇ 김현정> 그런 사람이 건강식품 먹고 부작용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건 명현반응이다, 더 먹어라’ 했다는 거예요? 저는 일반인들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먹고 목숨을 잃는다는 게 납득이 안 되는데요?

◆ 김정훈> 어떻게 패혈증에 이르렀는지 면밀한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한가지 따져봐야 할 대목은 있어 보입니다. 피해자가 복용했다는 제품은 핵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섞은 분말이고, 특히 프로바이오틱스 함유량을 크게 늘렸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 중 하나가 패혈증이거든요.

◇ 김현정> 부작용 우려가 없는 성분은 없겠지만, 프로바이오틱스는 패혈증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 김정훈> 프로바이오틱스는 '몸에 좋은 균'이라는 뜻인데, 유산균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 과다 복용했을 경우 몸에 해로운 균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장]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게 본질적으로는 사실 균이란 말이죠. 균.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줬을 때 이론적으로도 심각한 감염 위험성이있고, 제일 심각한 감염은 패혈증이라고 하잖아요? 즉 온몸의 혈관에 균이 들어간다는 거죠."

◇ 김현정> 물론 이 여성은 정밀 조사중이기 때문에, 이 여성이 프로바이오틱스로 인한 사망이었는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그걸 떠나서,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제품은 본질적으로 균이다, 부작용으로 패혈증이 있다는 건 식약처도 인정한 팩트다?

◆ 김정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지난달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 시 주의사항을 강조하는 규정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패혈증이나 괴사성 장염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면서 섭취시 주의하라는 내용입니다. 식약처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실까요?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작년에 처음으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 재평가를 했어요. 평가 결과, 예를 들어 약을 먹고 있거나 임산부이거나 어린이들이 양에 구애없이 간식처럼 먹을 수도 있어서, 섭취 주의사항을 신설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주의사항이 없었습니다."

◆ 김정훈> '질환이 있거나 의약품 복용시 전문가와 상담하라', '어린이가 함부로 섭취하지 않도록 하라', '이상사례 발생시 섭취를 중단하라'는 주의사항이 포함된 거죠. 

◇ 김현정> 이런 주의 사항이 마련되는 시점에, 실제로 프로바이오틱스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사례까지 나온 거네요. 

◆ 김정훈> 통계를 살펴보니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프로바이오틱스 이상사례는 모두 652건이나 됐습니다. 설사나 변비, 복통과 두드러기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고요.
(그래픽=스마트뉴스팀 임금진PD)

◇ 김현정> 꾸준하게 프로바이오틱스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었군요?

◆ 김정훈> 네. 게다가 제조공정이 믿을 만한가, 하는 부분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프로바이오틱스 그 성분 자체뿐 아니라?

◆ 김정훈>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건강기능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모두 39개였는데, 이 가운데 생산액이 1억원 미만인 곳이 전체 4곳 중 3곳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소규모·영세 업체가 생산한다는 뜻이죠. 그 자체가 물론 문제는 아니고요, 다만 안전이 확실히 담보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김현정> 정리해보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게 누구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그런 건강식품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주의가 요구되는.

◆ 김정훈> 그런데도 사람들이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죠. 심지어 약사들마저도 프로바이오틱스를 비타민 정도로 판매하고 있었는데, 취재진이 일선 약국을 돌아봤습니다. 반응을 들어보시죠. 

[녹취: 약사들]
"많이 먹어서 부작용 날 건 없어요. 왜냐면 유해군이 이만하고, 유산균이 이만하거든요. 그러니까 인해전술로 나갈 수밖에 없어요." 
(면역력이 약하신데...? 부작용 없나요?)
"괜찮아요. 그야말로 유산균인데요."
(많이 먹어도 괜찮은 건가요?)
"그럼요. 먹을수록 좋지."

◇ 김현정> 비타민 같은 경우에 과다복용하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런 건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비타민처럼 프로바이오틱스도 여기게 됐다는 거 아니예요? '부작용 없다, 많이 먹어도 문제 없다' 이런 식으로. 식약처는 그런데, 섭취에 조심해야 한다는 권고를 냈다는 얘기잖아요.

◆ 김정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식약처 역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에 유의하라고 권고하면서도 제품 내 프로바이오틱스 함량에 대해서는 최저 기준만 있을 뿐, 최고 기준은 없습니다. 소비자가 더 믿을 수 있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 받으려 해도 얼마 이상의 프로바이오틱스를 함유해야 한다는 말만 있을 뿐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식약처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경우 좀 많이 먹게 권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섭취량이 들어가는 게 있고요. 표시량의 이상인데... 보통 100마리라고 하면, 100마리보다 이상이어야 된다고. 왜냐면 생균수를 측정하다 보니 유통 중에 죽을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표시량보다 적어질 수 있으니 좀 더 넣는 거죠."

◇ 김현정> 프로바이오틱스에 관한 한 인식도, 제도도 모두 구멍이 뚫린 셈이네요.

◆ 김정훈>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이미 지난 2016년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앞서 열린 정책 토론회 결과를 언급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시판 후 재평가 ▲위해사례의 자발적 보고와 감시 시스템 구축 ▲관련 연구기반의 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허한 목소리로 남아있는 것 같네요.

◇ 김현정> 저희가 건강식품, 특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자체가 위험하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체질에 따라서는, 또 섭취량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이 너무 간과되고 있는 것 아닌가 이 부분을 강조드리는 거죠. 

◆ 김정훈> 바로 그 점이죠. 처음에 말씀드린 피해 사례의 경우도 해당 제품 때문에 사망했는지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유족들은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하네요. 들어보실까요? 

[녹취: 숨진 50대 주부의 남편]
"이걸 그냥 놔두면 그런 사람이 또 나타날 수 있는 여지가 있거든요. 이제 미연에 방지가 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숨진 정모(56)씨가 약 20일간 섭취하던 프로바이오틱스 함유 제품
◆ 김정훈> 유족들은 제품을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는 고소장을 제출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사망한 여성의 조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멀쩡하던 여성이 몸에 수포가 나타나고 설사를 하고 통증을 호소하고… 이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 김정훈> 그런 상황에서 명현반응이라고 해서 더 과다하게 섭취하게 했다는 점도 문제고요. 

◇ 김현정> 이것은 조사 결과와 상관없는 팩트입니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식품들 복용할 때 무턱대고 많이 먹어도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우리 사회가 검토를 해봐야 할 문제네요. 우리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무심코 넘어가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허술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훅뉴스, 김정훈 기자 수고했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968202#csidxf6141c5c237ff2c8cb36be434904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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